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경이로운 호기심, 세상에 대해 믿고 열려 있는 낙천주의, 현재를 살면서 기쁨을 추구하는 천진난만함, 타인을 믿고 의지하는 상호 의존성, 해맑게 웃을 수 있는 풍부한 감정 능력, 쉽사리 고통으로부터 회복하는 타고난 회복 탄력성,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기쁨의 활동력, 미숙하지만 '나됨' (IAMness)의 온전함에 대한 유기체적 감각, 그리고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천성적 사랑꾼이라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높이 긍정했다. Carl Rogers가 말하는 자기실현 (self-actualization)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갖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이 '상처받은 내면아이' (wounded innner child)에 기인한다고 존 브래드쇼는 분석하며, 치유의 시작을 내면아이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번 집단 작업에서 만난 친구들은 중2다.

그들은 끊임없이 말을 한다. 한시도 멈춤 없이 움직인다. 액정 위의 손가락은 특히 더 현란하다. 간혹 큰 볼륨으로 소리 질러~를 시전한다.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일로 젼놔 빡쳐있다.

"잠시 눈을 감아 봅니다."라고 말하자, "선생님, 우리는 눈이 안 감겨져요."라고 반쯤 뜬 눈으로 애써 눈 감는 시늉을 한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7월 여름 한낮의 열기를 사뿐히 뛰어 넘는다.

눈을 감을 수 없는 이유가 인조 쌍꺼풀 때문이란 것은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알았지만, 억지로 아이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학원에서, 거리에서 그들은 존 브래드쇼가 말했던 창조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펼치기는커녕, 억압당하는 중일 수도, 아니 중 2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가지고 있는 성인은 아이 때로 돌아가서 천진하고 자유롭게 노는 것으로 치유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많은 시간이 흘렀고 다른 습관으로 몸이 굳어져서 쉽사리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가 멋쩍다.

그러나 중2는 어렵지 않다.

반주를 틀고 마이크를 주면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한껏 담아 스피커에 발산한다. 노랫말에 생각을 얹고, 바이브레이션에 감정을 담아 아이들은 공명한다, 공감한다.

무지개색의 다양한 실크 천이 주어지자 아이들은 색깔 천을 머리에 두르고, 몸에 휘감는다. 색깔로 나를 표현하기도 하고, 얇은 천으로 나를 보호하는 경계를 세우기도 한다.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친구를 그리고 나를 새롭게 발견한다. 때로는 미끄러운 바닥에 그 천을 깔고 썰매를 타며 해맑게 깔깔 거린다.

하얀색 전지가 크레파스와 함께 바닥에 놓인다. 진지한 표정으로 나름의 자세를 잡고 그들은 자신을 표현한다. 크레파스 끝에서 드러나는 직선과 곡선을 따라 또 다른 자신의 단면을 드러낸다.

프로그램을 마칠 즈음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찍은 사진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주겠노라고 했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 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 제목이다. 나중에 들었을 때 무척 슬프게 들렸다.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너의 품은 항상 따뜻했어
고단했던 나의 하루에
유일한 휴식처
나는 너 하나로 충분해
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다 아니깐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중 2들이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유일한 휴식처,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품.
그리고 눈빛 하나로 통할 수 있는 충분한 수용.
이런 것이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 찍었던 사진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보내줬다.

한 아이의 답장이다.

"재밌었는데 맨날 더워서 제대로 한번 해본 적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아쉬울 줄 몰랐어요. 추억 많이 남은 거 같아요. 저렇게 동영상으로 남기니까 더 추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