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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편지 _ 김정온 (2018. 5. 3)
작성자 spacezari
작성일자 2018-05-30
조회수 1222

손편지 _ 김정온 (2018. 5. 3)



교실로 들어서면 언제나 뜨거운 열기가 “뿜뿜”이다. 자기들끼리 수다 떨고, 장난치던 아이들. 나를 보자마자 한두 명은 반갑게 달려와 “오늘은 뭐해요?” 하며 두둑한 준비물이 담긴 가방을 들여다본다. 조금이라도 먼저 뭘 하는지 알고 싶은 건지 혹시나 가방 안에 생각지도 못한 달달한 걸 기대했는지 모른다. 이유가 뭐든 살갑게 맞이하는 모습은 반갑고 친근하다.

나는 2018년에도 자유학년제를 진행하는 문성중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8주 동안 아이들과 미술치료 수업을 진행했다. 2018년 5월 3일 오늘은 8번째 날이다. 마지막이라 좀 더 특별한 날이다. 그동안 작업했던 내용을 갈무리하고 아이들과 잘 헤어지는 시간으로 목표를 잡았다. 늘 목표를 거창하게 잡아도 그대로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그래도 마지막이니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겨우 생각해 낸 게 손편지였다.




첫날부터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작업한 작품과 수업평가서를 정리하면서 편지를 썼다. 그림으로 표현된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열어 자기 세계로 초대해준 아이들. 지렁이 같은 글씨체나 가끔 깨알같이 적어낸 수업평가서에는 “얼마 안 살았지만, 그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내 마음이 이런 줄 몰랐는데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이 이렇게 외롭고 힘들어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재밌다!” 등등 솔직하게 적어낸 기록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편지쓰기가 열 명이 지나가면서 손이 슬슬 아파오니 괜한 짓을 시작했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곧장 요즘 아이들에게 손편지라니...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해야지 싶었다.

마지막 수업은 그럭저럭 마무리되었다 전날 있었던 판문점선언 이야기도 하고, 여자아이들은 전쟁이 없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하고 남자아이들은 평화가 유지되니 군대에 꼭 가지 않아도 될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좋아하기도 하면서 마지막 수업인 자신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나는 작품을 제출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전했다.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으로 준비한 손편지라 조금은 쑥스러웠다. 그런데 예상외로 편지를 받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커졌다. 다행히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 반응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소리 없이 교탁 위에 종이를 한 장씩 가져가더니 수줍게 적은 답장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받은 중학교 1학년의 예쁜 손편지를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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